국군 무기 중 의외로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총
그것은 바로 K1A 기관단총.
총 이름 보자마자 아마 10명중 7명은 무슨 국뽕TV에나 나올법한 개소리를 지껄이냐고 상욕을 할 것이다.
당연하다. 이 총이 전술적으로, 혹은 만듦새에서 호평받는 총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적시에 선진 특수전 병기로 교체되지 못한 K1A는 특수부대의 가장 큰 취약부로 지적받곤 한다.
후진적 그립 형상, 비전술적 조정간, 지나치게 먼 탄창 멈치, 탄피배출구의 빈틈 등 고질적인 형상 문제를 K-2와 공유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철사형 개머리판이라는 한계 있는 구조. 묘하게 거슬리는 후방 멜빵고리 등 상당히 오묘한 물건이다.
적어도 특수전 병기라는 측면의 K1은 좀 아픈 손가락이긴 하다.
하지만 이 총이
1. 어떤 물건으로 개발되었는지
2. 어떤 이들에게 보급되었는지
3.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 세가지를 이해한다면, 이 총은 오히려 개발 목적을 충족하고 시대를 앞서나간 미친 새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첫번째로 이해해야 하는 것. 그리고 주제를 관통하는 가장 큰 문제.
<<K1은 기관단총이다>>
K1은 M3 기관단총을 대체하는 포지션의 무기였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 세대의 권총, 기관단총, 카빈 소총 등의 포지션을 모조리 대체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정글전, 산악전, 시가전, 실내전 등에서 이런 속 빈 깡통들은 학살자에 준하는 파괴력을 자랑했다.
사거리가 말도 안 되게 짧은데, 번개처럼 휘몰아치고 누구보다 빠르게 퇴출하는 특수부대와는 묘하게 나와바리가 맞았다.
그래서 정글전의 천국 베트남전에서는 칼 구스타프 기관총으로 시작해 오만 틀딱기관단총들이 활개를 쳤다.
빨갱이들도 하는 짓이 다르지는 않아서 허구한날 쳐내려오는 북괴 특작부대들은 하나같이 스콜피온 기관단총 아니면 PPS-43을 들고있다.
침투/공작의 경우 가볍고 은닉하기 편한 게 지존이었기 때문.
기관단총은 참호전 시절부터 실용적인 근본 화기였다. 짧고, 휴대하기 편리하고, 가볍고, 그에 반해 근접 화력은 기관총 수준이다.
옛날 기준으로는, 특히 특수부대나 간첩새기들 마인드로는 효자도 이만한 효자가 없다.
물론 포병, 공병, 통신, 기갑, 후방 병참 병과 등 가벼운 방어화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권총같은 ㅈ밥화기보다 훨씬 든든하고 강력한 구세주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그래도 낡은 걸 낡았다고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껏해야 150m 표적에 퍼붓는 게 한계인 양산형 싸구려 기관총을 언제까지나 써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신형 기관단총의 수혜자는 특수전사령부, 교체 표적은 M3 기관총이었다.
K1 기관단총은 M3의 철사 개머리판을 계승했고, 커다란 근접전 가늠자를 가지고 있다.
태생이 가벼운 총알분무기, '기관단총'이니까.
K1이 기관단총을 대체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존에 기관단총을 운영하거나, 기관단총에 준하는 방어병기가 필요한 병과에게 지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국군은 수십년의 세월동안
기갑, 통신, 분대장 등 지휘자 등등등 이 총이 필요할 법한 곳에다 K1A를 모조리 다 때려박아버렸다.
이렇게 보면 그냥 차기 소총을 개발해, K2가 M16을 밀어낸 것 처럼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을 뿐인데????
라고 말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아니다. 더 의미가 크다.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특수전에 대한 공포가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상술했듯 기관단총은 특수전 병과 뿐 아니라 취약한 후방 병과들이나 장비 승무원들의 호신 무기를 겸했다.
권총에서 기관단총 정도면 어중간한 게릴라들은 충분히 쏴죽일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냉전이 심화되고, 방탄복의 보급이 가속화되자 기존의 기관단총과 권총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스페츠나츠가 파괴공작을 왔다고 쳤을 때. 얘네들을 쏴 죽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잔뜩 쫄아있던 양놈들은 기존 권총탄보다도 훨씬 얇고 뾰족한,
신개념의 소구경 고속탄을 개발하면서 방탄장구류 관통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렇게 시장에 PDW(개인방어화기)라는 새로운 소요가 제시되었고,
90년대 즈음에 상용화된 화기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다.
K1은 분명 기관단총일터, 기껏 만들어놓은 총이 또 고대유물이 되게 생긴 것이다.
트렌드에 뒤쳐지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우리 국군은 이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대응을 안 했다. 할 필요도 없었다.
K1A는 이미 화력 강화를 위해 소총탄을 쓰게 개발되어 있었다. 권총이나 기관단총같은 좁밥들마냥 구세대 방탄복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소총탄을 사용한 덕분에 기관단총 치고는 꽤 먼 거리까지 안정적인 탄착군을 내며 교전할 수 있었고, 탄자의 화력도 충분했다.
특수전 화기로 시작했지만 이미 서브 병과들에게 싹 뿌려놔서 필요한 애들은 이거 다 들고 있었다.
사실상 세계 트렌드에 한 발짝 앞서 단축형 소총을 전군에 뿌린 것이다.
더불어, K2가 개머리판이 잘 접히는 바람에 보급, 공병, 포병, 통신, 의무 등에서 아예 개머리판 접은 K2 들고다니기도 한다 ㅋ..
한마디로 어디를 쳐들어가도 K1, K2 아니면 M16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
만약 소총을 막을 수 있는 신형 방탄복을 입고 쳐들어온다면 그건 어짜피 K2도 못 뚫어서 억울할 게 없었다.
권총탄 막는 좁밥 장구류들은 5.56mm 소총탄 파워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다.
어짜피 북괴가 무장간첩에 방탄복 입혀 내려보낼 일도 만무했다.
K1은 한마디로
1. 기존의 노후화된 M3 내지 카빈 소총을 대체해 기관단총이 필요한 병과들에게 지급되었고
2. 기관단총답게 가볍고 강력한 총알 분무기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3. 소총의 탄착군과 화력을 통해 후방을 든든하게 수호하는 고효율 병기이다.
특수전 병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본연의 역할을 500% 수행하고 있는 강력한 기관단총이다.
그냥 짧은 소총이 아니라, 기존의 M1 카빈, M3 기관단총을 대체하면서 PDW 개념을 조기에 실현한, 의미 있는 장비이다.
그래서 얘는 K2가 세계 수준에 뒤쳐지는것과는 다른 맥락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K1A는 호신용 총알 분무기가 필요한 애들에게 주어져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K2C1을 능가하는 최신형 특급소총이 나와도 K1A 포지션의 장비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