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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짜리 와인 사왔다는 글보고 쓰는 와인선물하는 법

헛된바람에 빠지지말자 2022. 8. 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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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참 즐겨마시고 있는 개붕이다 댓글이 생각보다 활발하고 다양한 의견있어서 글써봄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와인을 모르고 관심없는 사람이 와인 관심있는 사람한테 와인 선물 하지마!!

 

먼저 저기서 논쟁인 부분에 대해 말해보겠음. 관심없는 사람은 2번이나 3번으로.

 

 

1. 2만원 짜리 와인은 정말 싸구려 와인인가?

 


 

먼저 와인이 가격대랑 품질이 무조건 비례하지 않는건 맞지만, 보통 그런 고가의 와인들은 왠만하면 품질도 좋은 편이야. 싼 게 비지떡이며 좋은 건 비싸다라는게 와인에도 당연히 통용되는거지. 또 와인은 '농산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 ,수요와 공급량에 따라 가격 널뛰기가 심한 종목인지라 맛있기로 유명하고 인기있는 와인은 더 비쌀 수 밖에 없다는 뜻.

 

우리 생각보다 정말 많은 와인들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데, '국제와인기구(OIV/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Vine and Wine)에 따르면 2020년 총 와인 생산량은 평균 생산량 보다 낮지만, 작년 생산량보다 1% 많은 2억 5,800만 hectolitres(1hl = 100ℓ)가 될 예정'이란다. 이 많은 와인을 고르는건 정말 힘든 일이야. 보통 명절 기간이 되면 마트에 2~5만원 짜리 명절 와인선물 세트가 쭉 깔리는데 얘네들을 흔히 '묻지마 보르도'라고 불러.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되긴 했지만 누가, 어떻게 양조한지도 모르는 초저가와인들을 대충 포장만 그럴듯하게 해서 팔아먹기 때문인데, 만약 마트에서 와인선물 추천받는 경우, 특히 와인 수입사의 직원들이 판촉나와서 팔아먹는 경우에는 눈탱이 맞을 확률이 엄청 올라간다.

 

또 우리나라는 주류세가 높은 편이고 현지에서 싣고 오는 유통과정까지 생각하면 현지에서 3000~4000원 하는 와인도 우리나라에서는 15000원 이상 되는 경우가 있다. 참이슬같은 소주를 미국 한인마트에서 만원씩 받고 파는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어찌되었든 현지에서도 싸구려의 와인을 1~2만원 주고마신다면 당연히 맛이 없으니 그 가격대 와인들이 싸구려라는 인식이 생기기 쉽다.

 

그렇다면 2만원대 와인이 무조건 맛이 없을까? 그건 당연히 아니야. 이젠 와인시장이 커지면서 세계의 다양한 와인들이 수입되어 2만원대 와인중에도 맛있는 와인이 많이 생겼고, 보통 이 가격대 와인을 '테이블 와인'이라고 해서 음식과 매칭해 가볍게 즐기기 좋은 와인들이 많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마리아주'라고 표현하는데 프랑스어로 '결혼'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음식과 와인의 궁합은 중요한 고려요소이며, 마리아주가 잘 맞는다면, 만원 대에도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여친 부모님 만나는 자리에 2만원대 와인을 사갈 필요는 없다.'는게 내 결론. 그 자리가 친구들과 고기구워먹는 거와 같은 가벼운 자리도 아닐 뿐더러 와인 선물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2. 받는 사람이 만족스러울만한 와인 선물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와인은 기호식품으로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린다. 품종에 따라 레드냐 화이트냐 또 맛이 진하거나 옅냐, 산도가 높거나 낮거나 그리고 포도껍질씹는 떫은 맛이 강하거나 약한 등등 또 양조방법에 따라 향신료향이 강하거나, 연유나 초콜릿맛이 나고 숙성기간에 따라 간장향과 마굿간향이 나기도 하는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있기 때문에 가격대를 불문하고 취향 맞추는게 정말 힘들고 까다롭다. 나같은 경우, 입맛이 안 맞는 와인선물이 들어오면 그냥 어디 짱박아뒀다가 다른 사람 주거나 친구들 놀러왔을 때 마시라고 까는 편임.

 

물론 비싼 와인은 취향과 관계없는 편이지만 설령 비싼 와인을 사가더라도 문제가 있다. 1번에서 언급했던 마리아쥬가 문제. 아무리 좋은 와인을 사가도 음식하고 안 맞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근데 이 마리아쥬를 잘 맞추려면 많은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와인에 관심없는 사람이 이것을 맞추기란 매우 힘든 일이겠지? 그러니 위에 댓글처럼 2만원 짜리 와인 사가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과일이나 맛있는 빵집가서 케이크 하나 사가는게 훨씬 낫다 이거에요. 이건 보여주기 위한 선물 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은데, 5만원짜리 와인은 비싼 와인이 아니지만 5만원짜리 케이크는 비싸보이니까.

 

마지막으로 그냥 선물하거나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라면 상관없지만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경우엔 '콜키지'도 고려해야한다. 콜키지란 가게에 술을 가져와서 마실 때 지불하는 금액으로 이것을 완전히 금지하는 식당이 있는 한편, 금액을 안 받거나 일정 금액을 받고 술 반입을 허용하는 가게들이 있다. 만약 허용한다쳐도 가게마다 와인잔을 주는 곳과 안 주는 곳이 있고 설혹 주더라도 와인에 맞는 와인잔이 있을 경우는 드물며, 와인은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음료라 온도맞추는 것도 생각해봐야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고려할게 많고 복잡하니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 같은 의미로 결혼식앞둔 예비신랑신부있으면 답례품으로 와인 좀 주지마. 예식장에서 골라주는건 대부분 눈탱이 가격에 맛도 뒤지게 없는 게 많다. 차라리 손 소독제를 줘...

 

 

3. 그럼에도 굳이 와인 선물이 꼭 하고싶다면?

뭐 보통 와인 커뮤니티보면 종종 질문글이 올라오는데, 선물 받는 상대가 와인을 좋아하는 스승이나 은사님 혹은 부모님인 경우가 있다. 정 와인을 선물하고 싶다면 어떤 와인을 준비하는 게 좋을까? 

 


 

이거는 의외로 답이 정해져있는데 무조건 샴페인이다. 와인을 즐겨마시지 않더라도 샴페인은 들어봤을텐데, 샴페인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나는, 정해진 양조방식을 지키며 생상한 스파클링 와인' 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스파클링와인이라고 모두 샴페인은 아니라는 뜻. 진짜 샴페인은 병에 Champagne이라고 적혀있으니 확인해봐. 샴페인은 거의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리고, 와인 자체에 축하의 뜻이 담겨 있으며, 특유의 고급스런 이미지가 있어 선물하기 가장 좋은 와인이다. 또한 화이트와인을 아에 안 마시는 사람이더라도 1년에 한 두번은 꼭 샴페인을 먹게 되어 있다. 그러니 예산 안에서 허락하는 가장 높은 가격대의 샴페인을 선물하면 된다.

 

번외로 와인을 모르는 사람한테 선물할때는 무조건 유명한 와인, 모엣샹동이나 돔페리뇽 혹은 히딩크와인으로 유명한 샤또 딸보같은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애들 주면 된다. 만약 그 외의 와인을 선물하고 싶다면, 내 경험상 맛이 뚜렷하고 찐한 와인을 주면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다.

 

와인을 명품처럼 보여주기위한 허영심과 허세로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같이 와인 자체가 좋아서 싸게 사려고 와인 행사기간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또 와인을 문화생활의 하나로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와인이 꼭 허세라고 생각하진 말고 관심있다면 요즘 편의점에서 행사하는 이번달의 와인들이 보통 무난하니 한 병쯤 트라이 해보는 건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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